사진/포토에세이
여행은 혼자가는게 간지 - 제주도 (1)
PsychoMD
2010. 4. 8. 17:46
3월 초였을까.. 갑자기 제주도로 훌쩍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러고 싶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냅다 비행기표를 예매하고서 책을사다가 계획을 짰다.. 애시당초 계획은 잘짜는 성격이 아니라서 뭐.. 대충 아웃라인만 잡아놓긴 했지만...
파도치는 용담 해안도로.
텅빈 도로.
.....
네번째 여행지 갯깍주상절리대(마지막 사진은 뒤집어졌네ㅜ)
좋은 제주항공이다..!
이정도면 새마을호로 부산왕복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부산도 좋은 곳이지만 같은 가격이라면 제주도가 낫지 않겠는가! 여튼 그렇게 해서 제주도여행계획이 시작되었고, 4월 1일까지.. 공익생활하면서도 두근두근대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공단에 휴가도 제출하고 마침내 4월 1일! 대한항공이랑 JAL은 이용해 보았지만 저가항공은 처음이었는데.. 처음엔 프로펠러 비행기 같은 것을 떠올렸었다.
나름대로 듬직한 비행기
우려와는 달리 생각보다 듬직한 모습이었다. 기내도 깔끔하고 승무원들도 예뻤다. 기류에 따라서 심하게 흔들린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다지 그런 느낌도 들지 않아서 대만족이었다. 이정도 가격대 성능비면.. 앞으로도 자주자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비행기좌석을 찾아 앉고 선반에 짐을 올리고 상공으로 떠오르는 느낌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느낌이었다. 혼자서는 수도권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정말 혼자라는 느낌도 들었고. 다소 쓸쓸하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내가 갔던 날에는 날씨가 그닥 좋지 않아서 비행기여행의 묘미인 창밖구경을 못한게 아쉬울뿐.. 하지만 안좋은 날씨는 겨우 그정도 불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혼저옵서예!
제주 전지역 호우주의보 발령
오늘 밤까지 제주 산간에는 최고 120mm, 그밖의 제주도에 최고 80mm의 많은 비가 내리겠고, 남해안에도 30∼70mm의 다소 많은 비가 예상됩니다. - 출처 YTN
제주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엄청난 빗소리... 난 스쿠터를 타야하는데.... 당황스러웠으나 일단 스쿠터대여점에 픽업을 부탁해 간단하게 교육을 받고 스쿠터를 대여받았다. 다행히도 사장님이 질좋은 우비와 가방을 쌀 비닐을 제공해 주셨으나... 처음타는 스쿠터를 그것도 이런 빗속에서 탄다는건.. 사장님 께서도 '일단 용두암쪽 찜질방에서 자고 내일 움직이는게 낫겠다' 라셔서 잽싸게 찜질방으로 달려서 대충 씻고 내일을 기약하며 일찍 잠들었다. 낯선곳에서. 혼자 찜질방에서 맞는 밤이 다소 쓸쓸했으나, 그 때에는 설렘이 더 우선했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하고서 10시쯤에서야 잠들었다.
역시 넌 내편이구나 제주도.
아침에 깨어보니 거짓말처럼 날씨가 좋아졌다. 아직은 다소 구름이 끼긴 했지만 어제에 비하면 축복수준의 날씨였다. 어제 6시부터 찜질방에 쳐박혀 있던 걸 생각하니 분이 풀리지 않아서 다음날 6시 30분부터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했다. 어제 제주 시내에서 스쿠터 타면서 한 두어번 죽을 뻔 했던 경험 덕분에 스쿠터타기도 별로 두렵지 않았다. 동이냐 서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일단 서쪽으로 가기로 했다.
강민석 부럽지 않은 화보집의 꿈
아침에서야 깨달았다. 내가 리모콘을 두고왔다는 사실을. 이럴 때 쓰려고 산 리모콘인데.. 아뿔싸.. 별수없이 MF나 사진찍을 곳을 미리 정해놓고 AF를 잡은담에 셔터만 누르고서 잽싸게 뛰어가서 찍어야 했다. 그냥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자니 다소 민망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여행만 가면 화보집 하나씩 만들어오는 강민석이 부러워서 이번에는 나도 화보집 하나 내자는 느낌으로 허세를 좀 부려보았다. 리뷰할때면 손가락발가락이 어디갔는지 행방이 묘연해 졌으나 이제와서 사진들을 보니 뭐 그런대로 흡족한 것 같다. 그냥 '-')v 이렇게만 찍었으면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그때도 부끄러워서 딴짓하는 척 하는 딴짓을 했었지만.. 주변사람들의 시선이란... 아직도 손발이..
봄날, 벚꽃, 그리고 제주도.
제주도에는 꽃들이 정말 많았다. 특히 발에 채일정도로 많았던 유채꽃과, 고개를 들어보면 어디에나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그래서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면서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남들보다 벚꽃을 더 오랜 기간동안 보게 되었으니 그것 또한 행운이려나? 벚꽃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었다. 과거의 추억들. 앞으로의 기대들.
사실 제주에서는 벚꽃보다 유채꽃이 대세
분명 최고기온은 16도 정도로 옴니아에서 봤는데 바람도 많이 불고 공기도 생각보다 찼다. 더군다나 스쿠터를 탔으니.. 옷을 더 두껍게 입지 않은 나의 어리석음을 후회했다. 아 생각해보니 삼다도지... 왜 바람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추위보다도 해안도로를 달리는 그 이국적인 풍경과 오감을 자극하는 정취는 충분히 추위를 감내하도록 했다. 이런거라면 누군가를 뒤에 태우고 가는 것도 꽤 낭만적일 것 같았다.
길가에 고인 구정물마저 파랗게 물들이는 하늘
아.. 오글오글..
처음에는 정말로 물감을 부어놓은 듯 여기저기를 뒤덮고 있는 유채꽃이 너무 예뻐서 보는 족족 셔터를 눌러대고 셀카를 찍어댔으나.. 나중에는 정말 지겨워질정도로 많아서 셀카찍기도 귀찮아지고 셔터를 누르는 횟수도 줄었다. 그렇다고 정말 질린건 아니고 볼때마다 깨알같이 예뻤다. 이런 유채꽃밭에 드러누워있으면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처럼 알싸한 향기에 취할 것 같았.. 지만 비염이라서 포기했다.
동네 바로위로 비행기가 내려오는 어색한 풍경
평일 오전. 교통량이 확실히 적은 시기이기는 했지만. 제주 시내를 벗어나자 1132도로나 해안도로에는 정말로 차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별로 무서울 것도 없이 주변구경 다 해가면서 스쿠터로 달릴 수 있었다. 이때는 스쿠터를 한 대 사면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역시 서울에서는 좀 아닌 것 같다.
날씨가 좋으니.. 셔터만 누르면 작품
출발하기전 확인한 암울한 일기예보와는 달리 제주도의 날씨는 정말 좋았다. 고마워요 기상청! 파란바다와 그보다도 푸른 하늘. 정말로 눈이, 가슴이 시릴정도로 파란 풍경이었다. 원래 하늘사진은 구름이 적당히 있어야 더 예쁜법인데 아예 맑지도 않고 누군가 그려놓은 듯한 구름들이 그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
역시 삼다도.
제주도에는 이렇게 현무암으로 쌓아놓은 돌담이 정말정말정말레알많았다. 집에도 담을 쌓아놓고 밭에도 담을 쌓아놓고 묘지에도 주변에 이렇게 둘러놓은 듯 했다. 이 아기자기한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오히려 도시에 가까울수록 이런 돌담보다는 시멘트로 발라놓은 담들이 많은 것 같아서 감동이 반감되었다. 동네 구석구석 쭉 이어지는 돌담길은 정말 '시적'이었다.
첫번째 여행지. 한림공원.
용담해안도로, 애월-하귀간 해안도로를 거쳐 첫번째로 도착한 곳은 한림공원. 입장료 8천원이라는 살인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내가 읽었던 가이드북에서 그토록 강추했기에 들어갔으나... 뭐 좋기는 좋았지만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꽃들, 사람을 경계하던 공작들, 3~4월에만 개장한다는 왕벚+유채동산은 정말 예뻤다. 특히 왕벚+유채동산에서는 내려다보면 유채꽃밭에 고개를 들만 하늘을 벚꽃들이 가리고 있었다. 제주도에 어떤 풍경이나 다 그랬지만 정말 이건 혼자보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뻤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셀카찍기가 너무 민망해서.. 사람들이 빠져나간틈을타 잠깐 찍고서 잽싸게 모르는 척 했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꽃들밖에 남지 않았을 때는 정말 좋았다. 제주도 여행 내내 그랬지만 최대한 사람들을 피해서 다니고 싶었다. 혼자라는 게 여행 내내 쓸쓸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없을때가 더 좋아서 계속 사람들을 피해다니려고 노력했다. 스스로를 고립시킨다고나 할까. 여행동안 느낀 거지만, 이전까지는 내가 혼자일때 나는 쓰레기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일이 있기 이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일이고, 그래서 잉여들이나 가족들이 내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끈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혼자 5박6일을 있어보니 혼자라는 것이 꼭 그렇게 나쁜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갑 갤러리에서 보았던 '소일거리' 만 있으면 혼자라도 좋지 아니한가. 그럼에도 분명한 건 혼자는 불완전하다. 당장에 놓고봐도 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_-) 혼자도 좋지만 함께라면 더더욱 좋을 것 같았다. 일상을 조금만 벗어나면 인연의 끈들은 너무도 멀어졌다. 사실 그 끈이 너와 나를 연결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참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나온 말처럼. 너와 내가 만난 것 자체가 불가사의였다. 굳이 시간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 올라오면 함께하는 시간들을, 함께한다는 것을 더 소중히 여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끊어져 버린 인연의 끈들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속에 남아있으니. 그 잔해들을 좀더 따뜻하게 안아주자고 마음 먹었다. 이제와서 그 끈들을 가지고 슬퍼하거나 한다는 것이 다소 무의미하게 느껴젔다. 그냥 그 자체로 가지는 아름다움만 있으면 될 것 같았다. 이게 그 아이가 말하던 '좋은 추억'이지 싶었다. 추억이 지금와서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보다는 그냥 그 자체로 보물같은 것 아닐까? 지금 잇닿아 있는 인연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제주에서는, 한림공원 한 구석에서는 내가 치는 캐논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깐... 아 지나가던 이상한 아줌마들은 말고..
두번째 여행지. 한림공원 맞은편, 금릉해수욕장.
하얀 백사장. 정말로 말 그대로 '에메랄드 빛' 바닷물. 우리나라에도 이런데가 있구나 싶었다. 사실 금릉해수욕장 보다는 그 옆에있는 협재해수욕장이 더 유명하다. 하지만 협재에서 조금만 옆으로 오면 인적이 드문, 그러나 협재해수욕장 못지않게 아름다운 금릉해수욕장이 있다. 그래서 일부러 금릉해수욕장으로 왔다. 아무도없는 이 아름다움을 나혼자 독점하는 느낌이랄까.
너도 혼자구나.
더 말이 필요한가?
「함께있는 시간을 소중히 하러!」
함께있는 시간 만큼이나 홀로 만끽하는 시간들. 그 시간들도 아름답다.
둘째날 내가 먹은 전부.... 세번째 여행지. 자구네 포구.
자구네 포구는 포구라고 보기에는 약간 모자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날이 날이라서 그런지 길가에서 한치를 파시던 아주머니 몇분이 전부.. 자구네 포구 옆에있는 수월봉에서 보는 낙조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답다던데, 낙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애매했다. 그래서 이때는 일단 마라도에 가서 짜장면을 먹고 다시오자는 위험한..... 정말 위험한 계획으로 모슬포항으로 서둘러 떠났다.
제주도에는 길거리에 유채꽃만 있는게 아니라 말들도 돌아댕긴다.
마라도 유람선 타는 곳은 정말 예뻤지^^*
2시에 도착한 모슬포항. 마라도로 가는 배가 전부 끊겼단다... 마라도 -> 마라도짜장면 -> 자구네포구 일몰 -> 산방산 게스트하우스의 나의 테크트리가 무너지는 순간.. 이제 어찌할 것인가. 중문으로 갈 것인가 수월봉으로 돌아갈 것인가? 결국 나는 중문을 대충 둘러보고 표선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가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만다...-_-; 그 이전에 마라도 유람선을 타는 곳 앞바다는 정말 예뻤다... 물색깔도 예뻣고... 위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심지어 해변가에 바다거북이가 말라죽어있는 것도 볼 수있다.. 역시 제주도는 재밌어..
세번째 여행지. 산방산.
스쿠터를 타고 조금 달리다보니 금방 산방산에 도착했다. 이 때문에 내가 표선까지의 거리를 얕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_-; 산방산 자체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산방산 앞에있는 공원(?)과 용머리해안을 둘러보았는데 무엇보다도 용머리해안이 대박이었던 것 같다.
용머리해안의 위엄
제주도에서는 여기저기서 멋진 강태공들을 찾아볼 수 있다.
말그대로 해안가에 깎아놓은 듯한 절벽. 세차게 부서지는 파도는 용머리해안을 더욱더 아름답게 했다. 나도 처음에는 용머리 해안 자체를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막상 들어가서 본 모습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낚시는 해본적도 없는 내가 낚시를 해보고싶을정도로.. 다만 아쉬운 것은 거기서 아주머니들이 파시는 한접시 만원짜리 해산물을 차마 먹을 수 없었다는 것 정도.
정말로 염소가 뛰어댕긴다
중문에서도 원래 컨셉대로 사람이 없는곳으로 다니기 위해서... 그 유명한 대포주상절리대를 포기하고 하얏트호텔에서 내려가면 있는 갯깍주상절리대로 갔다. 주상절리대가 다 똑같지 뭐.. 하면서. 중문관광단지는 '관광'을 특화로 조성되어서 호텔도 많고, 테디베어 박물관 등 어트랙션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건 다 아웃오브안중.. 갯깍주상절리대만 보고 나오자는 맘으로 스쿠터를 신라호텔에 세워두고 내려왔다. 그런데 이때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핸드폰배터리 간당간당, 카메라배터리 간당간당, 위 사진을 찍은 시간까지 먹은건 한치 한 마리. 근처 식당은 너무 비싸서..-_-;(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갈치조림이나 고등어구이는 어디에서나 혼자먹기에는 비쌌다.) 중문 근처에는 게스트하우스도 없는 상황. 해는 뉘엿뉘엿 지는데, 왔던길을 돌아가자니 내키지 않고, 다음 게스트하우스는 표선에 있었다. 그 사이에 둘러볼 곳은 외돌개. 쇠소깍. 정방폭포. 말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 여기서 제주도 5박6일중 최악의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 열심히 가면 표선도 금방이겠지! 그냥 민박에서 자기엔 재미없잖아!
그 땐 왜 이 사이가 그렇게 좁아보였을까
정확히 한시간 반쯤 스쿠터로 달려서야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만나는 게스트하우스. 대충의 시스템은 알고 있었다. 잘 곳, 씻을 곳 정도만 제공해주는 숙박시설. 1인실의 개념이 아니고 1인 1침대의 개념.. 그런데 매점같은것도 없으리라고는.... 남들은 다 무언가를 사오거나 무언가를 해먹는데.. 나는... 쥐뿔도 없었다. 게다가 밤에타는 스쿠터는 왜그리 추운지 정말 몸이 얼어붙어서 안움직인다. 라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몸소 깨달았다. 내가 입대를 앞두고 있을 때 제일 두려웠던게 혹한기였는데.. 이렇게 한 번 춥고보니 새삼 허리디스크에 감사를..
우든 컴퓨터
그리하여 여차저차 게스트하우스에 묵게되었는데. 게스트하우스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로비(?)와 부엌에서 사람들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누었고, 처음보는 사람들끼리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 사장님이 틀어놓으신 리드미컬한 음악까지. 약간의 붙임성만 있다면 정말 게스트하우스에서 정말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렇지 않았다는게 문제지. 내 침대에서 쭈구리고서 핸드폰이나 만지작만지작.. 나와서 잠깐 컴퓨터하고서 그냥 돌아댕기면서 사진이나 찍었다. 정말 태생적 한계가 있는 걸까. 부엌 구석에 사람들이 남기고간 음식들이 있었다. 안주용 땅콩 반 봉지. 라면 한 봉지. 사람들 없는 틈을 타 라면 하나를 주워다가 끓여먹는 기분이란... 아 잠시 눈물좀 닦고.
와하하게스트하우스
가격 : 15000
분위기 : ★★★★
부대시설 : ★★
침대 : ★★★
가격 : 15000
분위기 : ★★★★
부대시설 : ★★
침대 : ★★★
달빛에 비친 내 모습이 오늘은.. 미워보여.
그 날 게스트하우스에서 찍은 사진중에 가장 맘에드는 사진.. 이 날 밤에도 잉여들이랑 부모님께 전화는 했지만. 배도 고프고 사람들이 주방에서 왁자지껄 술을 마시고 있는데 나랑 또다른 사교성없는 한 분만 방에서 쭈구리고 있어서 좀 서러웠다.쓸쓸하기도 하고. 달빛이 내리는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별들도 어찌나 그렇게 많은지..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의 정취가 너무나도 예뻐서 너무나도 서글프고 쓸쓸했다. 혼자하는 여행의 묘미라는게 이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