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hao X750 - 대륙의 실수이거나, 대륙의 '실수' 이거나.
세계의 공장과 같은 제조업 대국 중국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온갖 신기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중국산은 흔히 싸구려와 동의어로 쓰이지만, 그 중에서도 기가막힌 가성비를 자랑하는 물건이 한 두번씩 튀어나오곤 하는데, 그를 흔히 "대륙의 실수(나무위키)" 라고 한다. 이번에 소개할 진하오 X750역시 가히 대륙의 실수라 할만큼 절륜한 가성비를 보여주지만, 어떤 점에서는 대륙의 실수라고 할만큼 단점을 가지는 이면 또한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진하오 x750에는 여러가지 모델이 존재한다.
(출처: http://kbeezie.deviantart.com/art/Jinhao-X750-Every-Color-443909363)
이 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진하오쿠즈' 혹은 '짭쿠즈'라고 불리우는 이 디자인이었다.
세일러에서 출시되어 높은 인기로 고질적인 물량부족에 시달리는 호시쿠즈를 똑 빼닮은 이 디자인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자 악명인데, 그 레퓨테이션에 걸맞게 화려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빤짝이의 특성상 사진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호시쿠즈의 디자인에 끌렸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짭쿠즈의 디자인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진하오 x750은 중형기, 혹은 대형기에 가까운 스펙을 가지고 있다. 내가 구매한 곳에서는 확실히 알아낼 수 없었지만, 구글링 상 36g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바디가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재질이기 때문에 실제로 쥐어보면 꽤나 묵직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적응되지 않았다면 장시간 필기하기에는 손목이 꽤나 아파올 수 있는 묵직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펜으로부터 묵직함을 느끼고 싶었다면 그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켜줄만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고 평하겠다. 길이 또한 캡을 뒤에 체결했을 경우 18-19cm에 달할만큼 큰 덩치를 자랑하며, 남자 중에서도 손이 그다지 크지 않은 나에게는 제법 크게 느껴지는 피지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진하오의 캡은 푸쉬온으로서 사용에 이쓰어서 편리함을 선사하여 준다. 결합하고나면 부실해보이는.. 캡이 헛돈다거나 하는 불안감은 있지만 꽤 안정감있게 체결되며 뒤에 꽂았을 때 닿게되는 이너캡파트가 있어서 적당한 밀폐성을 보장하여 준다
진하오 x750은 별다른 닙 굵기의 선택권 없이 M닙으로 통일되어 나오는데, 이 굵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꺼려지는 점 중에 하나이다. 보다시피, 라미 F닙에 비해서는 다소 가늘지만 거의 비슷한 두께를 자랑하며, 사라사 0.7보다도 두터운 태필임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만 하지만, 이 두꺼운 굵기는 대신 믿기지 않을만큼 부드러운 필감을 선사해 준다. 진하오 x750은 내가 가지고 있는, 써본 펜들 중에서도 손꼽힐만큼 부드러운 필감을 가지고 있다. 짭쿠즈의 디자인과 이 필감만으로도 단숨에 주력기의 위치에 오를 수 있을만한 메리트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몇몇 사용자들이 자조적으로 평하듯, 몇천원 짜리 중국산 펜에서 보여주는 이 부드러운 필감은, 부드러운 필감을 찾아 몇 만원 혹은 몇 십만원짜리 펜 까지 찾아 헤맸던 스스로에게 펜자타임을 불러오기에 충분할만 하다.
다만, 진하오도 역시나 중국산이라는 태생을 거역하지 못하고 마감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처음 펜을 받았을 때에도 닙과 피드의 정렬이 엉망이라 다시 손봐줘야 했고, 닙도 잘 고정되어 있지 않아 툭하면 밀리기 일쑤이며, 쓰다보면 계속해서 나는 저러한 단차에 이내 긁는 느낌을 받곤 한다. 필기 중 캡을 뒤에 체결할 때에도 확실히 고정되지 않아 빠지기 일수이며.. 이루 말할 수 없이 펜이 '삐그덕'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용서해주는 건 역시 가격.. 가격이 깡패.. 배송료를 포함해서 2.6불, 3천원 남짓한 가격인 이 모든 단점을 씹어먹으며, 장점을 돋보이게 해준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비싼 펜들을 사용했던 사람들에게 진하오가 펜자타임을 안겨주는 이유는 그 절대적인 퍼포먼스가 그 펜들을 상회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압도적인 가성비다. 막펜으로나 쓸 이 펜이 어떻게 유수의 명작들을 뛰어넘을 수 있겠냐만, 이 막강한 가성비가 바로 진하오의 아이덴티티이자 강점이라 하겠다.
내가 펜에 입문하던 시절, 사실 중국산은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심심풀이로 질렀던 이 펜 한 자루에 중국산 펜에대한 내 시각이 달라졌다. 이 펜이 우리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중국산 답게 항상 따라다니는 뽑기운은 심심풀이로나마 이 펜을 지르는 것을 망설이게 만든다. 다만, 적절한 품질의 진하오를 2.6$에 받았을 때의 그 기쁨을 누린다면, 이 펜이 대륙의 '실수'인지, 아니면 대륙의 실수인지 확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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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만년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만년필이 글씨를 그렇게 예쁘게 바꿔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만년필을 쓰면서 글씨를 못쓰면 욕은 두배로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년필은 그 쓰는 나름의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만년필은 파이롯트에서 나온 데시모다.
데시모는 캡리스 만년필의 경량화 버전이다. 파이롯트에서만 공급되는 캡리스는, 뚜껑 없이 똑딱이 혹은 회전으로 닙을 꺼낼 수 있다는
어마무시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작년에 입시를 준비하면서, 큰맘먹고 질렀던 데시모를 써온지도 어느덧 3년이 되가는 동안 항상 나의 주력기였고,
앞으로도 그럴, 가장 아끼는 펜이다. 다른 만년필과 다르게 캡을 열지 않고도-일반적인 똑딱이 볼펜처럼-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것과도 맞바꿀 수 없는 장점이기 때문이다. 만년필을 사용하는 즐거움과, 볼펜의 편리함을 두루 갖춘 그런 펜이라 평하겠다.
캡리스 데시모의 편리성에 있어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저 클립이다. 저 클립에 적응할 수 있다면 데시모의 팬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철저한 데시모의 안티로 돌아서곤 한다. 혹자는 저 클립을 제거해서 사용한다는 후기도 있지만, 그 참담한 몰골을 보고있노라면, 그냥 다른 펜을 찾는 것도 충분히 좋은 생각인 듯 하다.
데시모를 분리해보면 크게 4파트로 나눌 수 있다. 앞쪽 배럴, 뒤쪽 배럴, 닙유닛 그리고 카트리지 커버, 이렇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쪽 배럴
닙부분이 수납되는 되는 구조이고, 똑딱하면 닙이 실링을 밀면서 나온다. 간혹가다 데시모의 닙마름에 관한 성토가 올라오곤 하는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가개부임에도 불구하고 실링은 훌륭한 편이며, 닙마름으로 불편함을 겪은 적은 없다. 클립부분은 나에게는 그립과도 같은 존재로 매우 편리하게 작용했지만,각자의 집필법에 따라서는 펜을 어떻게 쥐어야 할지 모를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사파리의 삼각그립을 사용해 보던지, 기회가 되면 시필 할 기회를 갖던지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구입 전에 체험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수업료를 지불하고 곧내 중고장터로 방출되기 쉽상이다.
닙 유닛
데시모의 닙은 18k 로듐 도금으로 '푹신한'느낌의 필감을 품고있다. 푹신하다라는게 어떤 느낌인지 잘 전달되기 힘들겠지만.. 푹신하다는 느낌 말고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데시모는 세필임에도 불구하고 꽤 부드러운 편이나, EF닙은 긁는 느낌이 강하고, F도 여타 태필에 비해서는 다소 마찰력을 느낄 수 있다. M닙 이상부터는 매우 부드럽다고 하나, M닙과 F닙의 굵기 차이가 제법 있는 편이기 때문에 구입전에 용도를 고려함이 바람직하다. 예전에야 나도 세필에 목숨을 걸었지만, 이제는 굵고 부드러운 닙을 선호하기 때문에, 내게 다시 살 기회가 생긴다면..
그래도 F닙을 구입 할 것이다. 여러 용도에 사용되어야 할 유틸성이 데시모의 생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세필을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굵기를 통한 부드러움이라면.. 다른 펜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카트리지 커버
데시모는 카트리지를 사용할 경우 그 길이를 맞춰주기 위해서 커버를 씌워야 한다. 데시모는 CON20,50 이 두 가지 컨버터를 이용하는데, 각각 잉크 잔여량을 확인 할 수 없다던가, 저장량이 터무니없이 작다던가(심지어 50의 대부분이 닙유닛에 가려서 잔량도 확인이 어렵다.)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카트리지 사용을 권한다. 컨버터 사용의 가장 큰 문제는 카트리지 커버의 분실이긴 하다.
뒤쪽 배럴
똑딱이 부분을 담당하는 뒤쪽배럴이다. 데시모의 똑딱이는 의외로 소리가 우렁찬 편이다. 시끄러워서 못써먹겠네 정도는 아니지만, 매우 정숙한 환경이 요구되는 곳이라면, 똑딱똑딱하다가는 책상에 포스트잇이 나붙기 일수다.
데시모는 사라사 0.7정도의 길이를 가지고 있으며, 무게는 21g이며, 두께는 1.2cm 가량으로 일반적인 펜 정도의 두께를 가지고 있다. 손이 큰 몇몇 남성 유저들은 너무 가늘다라는 얘기가 나오곤 하나, 일반적인 펜과 크게 이질감이 없기 때문에, 무게나 두께로 많은 제약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필로 유명한 파이로트 답게 데시모 F닙은 굉장히 가는 편이다. 다만 같은 회사의 프레라 등 다른 펜들에 비해서는 다소 두꺼운 감이 있으나, 세필로 사용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밀크 PT지에 비교를 위해 간단하게 시필해 보았다.
내 나름의 기준에 따라 생각해보자면, 결국 펜의 초점은 사용에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많지는 않아도 이런 저런 펜들을 사용해 보았지만 결국 남는 펜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펜이다. 언제 어디서나 들고다니면서 그때그때 사용할 수 있는 펜. 그렇기에 나는 이 펜과 항상 함께하려고 한다. 만약 단 하나의 만년필만을 사용해야 한다면, 그 펜이 어디서나 함께하며 쓰일 수 있길 원한다면. 왜 안 데시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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